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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시아 청년작가 프로젝트 2007.11.10 - 11.28
작성일
| 2007-11-08 오후 2:41:15 조회수 | 11352

아시아 청년작가 프로젝트
전시 기간: 2007. 11. 10 (sat) - 11. 28 (wed)

전시 장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 내 6개 갤러리

북하우스 갤러리 031-949-9305 http://www.heyribookhouse.co.kr
갤러리 MOA 031-949-3272 http://www.heyrimoa.com
금산갤러리 031-957-6324 http://keumsan.org
아트팩토리 031-957-1054 http://www.artfactory4u.com
Lee & Park 갤러리 031-957-7521 http://www.heyri.net
UV 하우스-오래된 미래 031-957-5958 http://www.heyri.net

주최: 2007 헤이리 아시아 청년 작가 프로젝트 조직위원회
주관: 북하우스 갤러리, 갤러리 MOA, 금산갤러리, 아트팩토리, Lee & Park 갤러리, UV 하우스-오래된 미래
후원: 헤이리, 갤러리 더차이, 희원, 터치아트, THINKTHINK ART MUSEUM
오프닝 리셉션 & 음악회: 11월 10일(토) 오후 6시/ 장소: 금산갤러리
Special Event: 현대미술작가 영화상영(폴락, 모딜리아니, 클림트, 바스키아) 오후 4시/ 장소: UV 하우스


2007 아시아 청년작가 프로젝트에 부쳐

아시아성 담론의 허브를 꿈꾸며 -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해이리아트밸리 내의 6개 화랑(갤러리 모아, 금산갤러리, 리앤박갤러리, 아트팩토리, 유브이하우스 오래된 미래, 북하우스갤러리)이 참여해서 일종의 연합전 형식으로 치러지는 이 전시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의 아시아 작가를 중심으로 해서 아시아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경향성을 조망한다. 헤이리아트밸리에서는 이미 중국현대미술전이나 일본현대미술전 등의 국제전 형식의 크고 작은 전시들이 수차례 개최된 바 있다. 그리고 올봄에는 아시아 권역을 하나로 묶는 본격적인 프로젝트 형 전시가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 전시는 그 두 번째 전시인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구성연과 김지수는 사진작업을 제안한다. 구성연은 팝콘 시리즈를 통해 매화나무를 흉내내고 벚꽃나무를 흉내낸다. 일종의 형태적 유사성에 착안한 이 일련의 사진들에서 만개한 매화와 벚꽃이 팝콘으로 대체돼 있다. 그러나 팝콘은 지각적 선입견에 의해 매화나 벚꽃처럼 보일 뿐, 사실은 최소한의 현실성마저 결여하고 있는 순수한 가상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을 쏙 빼닮았지만 정작 현실을 결여하고 있는 이 역설적인 이미지들은 굳이 말하자면 일종의 유사현실이나 실재를 흉내낸 의태의 맥락에 속한 것이다.
그리고 김지수의 사진은 풍경과 거리의 정경을 소재로 한 것으로서, 피사체를 일종의 색상 띠로 환원시켜서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현적인 형상과 추상적인 형상을 대비시키는 식의 회화적인 효과를 꾀한다. 이와 함께 하나의 단위구조를 모듈로 해서, 이를 반복적으로 열거한 작업에서는 일종의 추상사진에 대한 형식실험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수진과 이혜인의 회화에서는 건물에 내재된 구조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이 읽힌다. 김수진의 그림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정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으로서, 그 정면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는 단순히 정면의 시점을 취한 것이라기보다는 대상 자체의 즉물성을 강조한 것이다. 정방형이나 장방형의 사각 창이나 벽면의 반복 구조가 일정한 리듬을 불러일으키며, 형식요소의 재구성에 바탕을 둔 모더니즘 논리를 재해석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가하면 이혜인의 그림은 철거중인 건물이나 건축현장을 소재로 해서, 이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보여준다. 그러나 건축현장 뒤쪽의 능선 위로 분출하는 화산이 보이는가 하면, 건축현장 바로 옆 바다 속으로 침몰 중인 건물이 보인다. 이처럼 그림은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허구적 상황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져서 묵시록적인 황폐한 느낌을 자아낸다.
전준하와 황정미의 그림은 영화의 스틸 컷, 그 미장센을 연상케 한다. 책상 위에 전화기만 놓인 텅 빈 사무실의 한 모퉁이에서 전화를 받는 남자의 정경이 그려진 전준화의 그림은 그 무채색의 사무실 정경이 극적 긴장감과 함께 영화적 내러티브를 암시한다.
그리고 황정미의 그림에서의 옷을 입은 채 물에 반쯤 잠겨있는 인체의 형상은 방금 전에 일어났었을 어떤 사건을 암시한다. 물에 부유하는 형상이 죽음의 이미지를 환기시키고, 무의식적이고 잠재의식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무의식적 이미지는 이현정의 그림에서 일종의 텍스트의 형태로서 나타나 있다. 그러니까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불분명한 문자들이 화면 가득히 그려져 있는데, 이는 정형화된 형식을 얻지 못한 말들, 발화되지 못한 말들,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 말들, 입 안에서 웅얼거리고 만 말들이다. 이로부터 몸의 언어, 무의식의 언어의 실체가 느껴진다.
허진호는 드리핑 기법을 연상시키는 비정형의 중첩된 얼룩으로써 명멸하는 별똥별을 보는 것 같은 우주적 장관을 연출해 보여준다. 이는 그대로 분출하는 생명력을 연상시키면서 일종의 내면적인 풍경화로 읽혀지기도 한다.
그리고 컬러필드페인팅으로 처리된 색면 위에 최소한의 양식화된 선으로써 리본 형상을 표현한 이현주의 그림은 포장된 선물상자의 부분을 보는 것 같다. 그 색면들은 단순한 형식요소 이상의 일종의 심리적 정황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읽히는데, 그러니까 일종의 들뜬 마음 같은 것이 암시돼 있는 것이다.
또한 한눈에도 여타의 역사 기록물들로부터 주요 모티브를 차용해 온 듯한 이지영의 그림에서는 역사적 현실과 현재의 간극만큼이나 심리적 거리감이, 차이와 이질감이, 그로테스크함이 느껴진다.
그런가하면 그 뒤쪽에 라이트박스가 장착된 일련의 초상화를 재구성해 보여주는 장양희의 작업은 익명적 주체로 나타난 현대인의 정체성 상실이나 혼란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특히 눈 부위가 생략된 얼굴에서 이런 익명성이 강조돼 보인다. 그리고 일종의 멀티비전처럼 재구성된 디스플레이 방법으로써 회화의 영역을 설치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 전시에 참여한 일본작가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아베 타이수케가 여러 자투리 천을 박음질해서 각종 동식물 등의 소재를 형상화한 봉제인형을 보여준다. 이로써 일종의 부드러운 조각, 유기적인 조각으로 범주화할 만한 경향성의 작업을 예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쿠마가이 코우타의 그림은 전원생활의 추억을 상기시키면서, 일종의 자기 회고적이고 회귀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니까 의식 속에 잠재된 기억의 편린들을 현재의 시점에로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꾸라지와 닭 등의 동물 소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무코야마 유타카의 그림은 일종의 동물 초상화로 유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다카야마 유수케가 그 형태와 의미가 불분명한 일종의 유사 오브제, 암시적인 오브제를 제안하고 있으며, 미야기 가수노리의 그림에서는 유아의 다양한 심리적 정황이 엿보인다.
일본작가들의 작업의 이면에는,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만화(망가)와 일러스트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축조된 인프라가 뒷받침되고 있는 양 느껴진다. 그러니까 대중문화와 파인아트와의 긴밀한 상호관계성에 대한 인식이 주요 동인으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작가들 중 리우 리 원은 일종의 드로잉 기법으로써 비행기나 건물 그리고 등을 보이며 발가벗고 서있는 남녀 등의 모티브를 재현하고 있는데, 그 실체가 희박하게 느껴진다.
또한 리 징 팡은 이동식 카트에 한가득 실린 폐차된 자동차 그림으로써 사회주의 국가에서 재빠르게 자본주의화하는, 급변하는 정세에 대한 당혹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러 명이 달라붙어서 일종의 사람 형상을 빚어내는, 수술 장면을 연상시키는 그림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인간 개조 프로젝트에 직면한 중국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듯하다.
이외에도 치 원 칭은 중국의 상징인 판다곰을 형상화하고, 원 링은 표현주의 기법의 초상화를 재현한다. 이로써 중국작가들에게서는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일면과 함께, 일명 냉소적 사실주의의 경향성이 느껴진다. 오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전통과 자본주의의 문화적 아이콘이랄 수 있는 팝아트가 하나로 결합된 그들만의 독특한 양식이 느껴진다. 이로부터 구세대와 신세대의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과 반응이 읽혀진다.

한편, 이 전시에 참여한 유일한 인도 출신 작가인 딜립 사마의 그림(판화)에서는 동화적이고 유아적인 판타지가 느껴진다. 서로 무관계하고 이질적인 이미지의 편린들이 자유자재로 결합하는 것이나, 그 결합이 불러일으키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서사가 혼성문화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온갖 차이 나는 것들에 대한 포용력과 자기화에 바탕을 둔 인도의 문화적 정체성의 일면이 엿보인다.

이렇듯 전시에 참여한 아시아 작가들은 대략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비교적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는 편이어서 아시아 현대미술의 일면을 엿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와 함께 국내작가들 중에서 극히 일부 작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가들이 사실상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발굴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신진작가 발굴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이제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음을 말해주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헤이리아트밸리 내 화랑들이 신진작가 발굴과 육성이라는 화랑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이를 토대 삼아 머지않아 아시아성 담론의 허브로서, 그 실질적인 생산기지로서 성장해나가리라 본다.